요즘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친일파 스캐너’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름부터 상당히 강렬하다.
내 성씨와 본관을 검색하면 독립운동가와 친일반민족행위자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보니, 호기심에 자신의 본관을 검색해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친일파 스캐너를 처음 이용한다면 검색 결과를 보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내 본관에서 친일파가 검색됐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 조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지 조금 헷갈릴 수 있다. 친일파 스캐너의 검색 결과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쉽게 정리해봤다.
친일파 스캐너란?
친일파 스캐너는 성씨와 본관을 기준으로 역사적 인물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사이트에서는 사망한 역사적 인물에 대한 국가 공인 공개 기록을 바탕으로 정보를 제공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자료는 다음과 같다.
*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
즉 인터넷에 떠도는 글이나 누군가의 주장만 가지고 임의로 ‘친일파’를 지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개된 공식 기록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을 성씨와 본관을 기준으로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라고 이해하면 쉽다.
그런데 왜 친일파 스캐너에 경고문이 있을까?
친일파 스캐너에는 검색 결과와 함께 중요한 안내가 나온다.
"같은 본관이라는 사실은 직계 혈연관계나 촌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쉽게 풀면 이 말이다.
왜 이런 안내가 필요한 걸까?
바로 본관의 개념 때문이다.
같은 본관이면 같은 조상 아닌가?
예를 들어 가상의 인물 김철수가 있다고 해보자. 김철수의 본관이 ‘김해 김씨’라고 가정하고 친일파 스캐너에서 검색했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해보자.
독립운동가 08명
친일반민족행위자 13명
이 결과를 처음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잠깐, 그럼 우리 조상 중에 친일파가 있었다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해석하면 안 된다.
하나의 본관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김해 김씨라고 해도 실제 가족관계는 완전히 다를 수 있고, 몇 촌 관계인지조차 쉽게 특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쉽게 비유하면 같은 대학교 출신인 것과 비슷하다.
“우리 둘 다 OO대학교를 나왔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럼 우리 둘이 친구겠네.” 라고 할 수는 없다.
같은 학교라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을 뿐 실제 개인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본관 역시 마찬가지다.
친일파 스캐너 검색 결과의 정확한 의미
따라서 친일파 스캐너에서 내 본관을 검색했는데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나온다면,
'❌ 내 조상 중 친일파가 있었다' 라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 나와 같은 본관을 가진 역사적 인물 중 국가 기록에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기록된 사람이 있다'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이 둘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그 사람이 정말 내 직계 조상인지, 아주 먼 계통의 사람인지, 나의 실제 가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본관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실제 혈연관계를 확인하려면 족보와 가계도를 따라 올라가면서 해당 역사적 인물과 자신의 조상이 실제로 연결되는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이 원칙은 친일반민족행위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독립운동가가 나와도 똑같다. 내 본관을 검색했는데 독립운동가가 30명 나왔다고 해보자. 기분은 좋을 수 있다.
“역시 우리 집안…!”
하지만 이것 역시 곧바로 “내 조상 중 독립운동가가 30명 있었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는다.
정확하게는 ‘나와 같은 본관을 가진 독립운동가가 공식 기록에서 30명 확인된다’는 의미다.
친일파가 검색됐을 때는 거리를 두면서 독립운동가가 검색됐을 때만 갑자기 직계 조상으로 받아들이면 조금 이상한 셈이다. 독립운동가든 친일반민족행위자든 본관 검색 결과를 해석하는 기준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실제 내 조상인지 확인하려면?
친일파 스캐너는 어디까지나 본관을 기준으로 역사적 인물을 찾아보는 출발점에 가깝다.
실제로 자신의 조상과 관련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신의 가족 족보에서 부모 → 조부모 → 증조부모처럼 계보를 따라가고, 파(派)와 항렬 등을 확인하면서 검색된 역사적 인물과 실제 가계가 연결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성이 같거나 본관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역사적 인물을 자신의 조상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조상이 친일파였다면 후손도 책임이 있을까?
친일파 스캐너의 안내문에는 또 하나 중요한 내용이 있다.
“조상의 행적은 후손 개인의 책임과 무관합니다.”
이 말도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만약 족보를 확인했는데 실제 자신의 먼 조상 가운데 친일 행위를 한 사람이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고 해서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까지 친일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제3항에서도 자기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 때문에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친일파 스캐너 역시 특정 성씨나 본관의 현재 구성원을 평가하기 위한 서비스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과거의 역사적 기록을 찾아보는 서비스로 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결국 친일파 스캐너는 ‘우리 집안 친일파 찾기’가 아니다
이름만 보면 마치 내 조상 중 친일파가 있었는지를 찾아주는 서비스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검색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 친일파 스캐너 = 내 조상을 판별하는 서비스 ❌
- 친일파 스캐너 = 같은 성씨·본관을 가진 역사적 인물의 공식 기록을 찾아보는 서비스 ⭕
따라서 검색 결과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여러 명 나온다고 해서 “우리 집안 친일파 집안이었네…”라고 충격받을 필요도 없다.
반대로 독립운동가가 많이 검색된다고 해서 “우리 집안은 독립운동 명문가였구나!” 라고 바로 결론 내릴 수도 없다.
둘 다 실제 혈연관계를 확인하기 전에는 ‘같은 본관을 가진 역사적 인물’이라는 것까지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친일파 스캐너 검색 전 이것만 기억하자. 정리하면 정말 간단하다.
친일파 스캐너에서 내 본관에 친일파가 검색된다 >>> 내 조상이 친일파였다 ❌ >>> 같은 본관을 가진 역사적 인물 가운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공식 기록된 사람이 있다 ⭕
그리고 정말 내 조상인지 궁금하다면 그때부터 족보와 가계도를 확인해보면 된다.
친일파 스캐너는 ‘내 조상의 정체를 한 번에 알려주는 서비스’라기보다 내 성씨와 본관에 얽힌 역사적 기록을 찾아보는 재미있는 출발점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검색 결과 숫자 하나만 보고 자신의 집안이나 다른 사람의 집안을 판단하지 않는 것.
아마 친일파 스캐너를 이용할 때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